훈련이 끝나고, 두 사람은 몸을 깨끗이 씻고 아일든의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 아일든은 자신이 크게 도움을 받았던 책 몇 권을 에이카에게 소개해주었다. 에이카는 우선 오늘은 이걸 빌려 가겠다며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그의 숙소에서 나오니 아침 9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검술 전략 책을 품에 소중히 안은 에이카에게서는 웃음이 실실 새어 나왔다. 함께 평소보다...
If. 만약 남자가 멸종하지 않았다면. “안녕. 좋은 아침이야, 아인라.” 얇은 흰색의 원피스 파자마를 입은 아리엔타가 싱긋 웃었다. 방금 일어났다고는 믿을 수 없는 청초하고 맑은 모습이었다. “전하, 후작님께서 찾아오셨어요.” “정말? 바로 나가겠다고 말씀드려.” 침대에서 내려온 그녀는 총총걸음으로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고르자 하녀...
아직 동도 트기 전인 이른 아침, 에이카는 입궁했다. 아침 7시에 아일든과 만나기 전, 미리 몸을 풀기 위해서였다. 어제 오후 창고에서 찾은 무딘 칼날의 검을 만지작거리며 그는 연무장으로 향했다. ‘뭐야.’ 연무장을 둘러싼 울타리 사이로 연두색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게 보였다. ‘내가 헷갈렸나? 아침 7시가 아니라 5시에 만나는 거였어?’ 당황한 에이카는 느...
“아일든! 소개할 사람이 있다.” “수석마법사님.” 마법사들은 후원에 자유롭게 앉아 놀고 있었다. 수석마법사가 이름을 부르자 연두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 천천히 일어났다. ‘어, 닮았다.’ 그의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에이카는 아인레아를 떠올렸다. 곱슬곱슬한 연두색 머리카락과 딱딱해 보이는 눈매가 퍽 닮은 모습이었다. “이쪽은 수습 기사 에이카, 이쪽은 수...
‘내가 이렇게 겁이 많은 사람이었나.’ 아, 그래. 겁이 많았지. 근래에 남자들이 없어서 용감했을 뿐이야. 에이카는 떨리는 눈동자로 마법사들을 바라보았다. 왠지 짧게 잘랐던 자신의 머리를 들켜서는 안 될 것처럼 느껴져서 목덜미를 쓸었다. 선두에 서 있던 마법사는 에이카를 한동안 멀거니 바라보다가 그에게 성큼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황궁에 어찌 마음대로...
그러나 아리엔타의 굳은 다짐이 무색하게도, 난관은 당연히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교육자가 없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려면 교육자가 있어야 하는데 교육자가 없고 그럼 그 교육자를 교육해야 하는데 또 그 교육자를 교육할 사람이 없고…….” 침대에 누운 아리엔타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웅얼거렸다. 벌써 이틀째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평상시에도 황제가...
그리고 며칠 후. 아리엔타는 지체하지 않았다. 현 상황에서 화려한 즉위식 같은 건 사치였다. 아리엔타는 절차를 최소화했다. 쓸데없는 허례허식은 전부 제외했다. 핵심적인 사항들만 남겼다. 정오가 지나자 황궁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황궁 앞 광장도 사람들로 가득 채워졌다. 아리엔타가 제도에 있는 백성들을 불러들인 것이다. 여자들은 여자가 끄는 마차를 타고 도착하...
황궁에는 주로 귀족들이 황제를 알현할 때 사용하는 알현실이 있었다. 천장이 높은 공간 중앙에는 붉은색의 카펫이 길게 깔려있고, 그 카펫의 끝에는 계단 몇 개를 위에 자리 잡은 황제의 의자가 있었다. 그리고 아리엔타는 그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항상 계단 밑에서 올려보기만 했던 의자에 직접 앉아 있는 것이 색달랐다. 그리고 그 의자 뒤편에는 에이카가 서 있었다...
미셸라는 잠겨져 있던 문을 열었다. 금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육중한 문은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탁 트인 마당이 한눈에 보이는 이곳은 미셸라의 남편이었던 멘타사 백작의 집무실이었다. 남자가 멸종한 이후, 처음으로 열어보는 곳이었다. 이곳은 미셸라의 집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었지만, 그에게는 한없이 낯선 공간이었다. 그에게 허락되지 않는 공간이기 때문이었다...
에이카는 황녀에게 조심조심 다가갔다. 무릎에 상처를 확인하려면 치마를 걷어 내야 하는데, '제국법 몇 항에 황족의 몸은 함부로 만지지 않는다' 등의 법이라도 있을까 봐 망설이는 중이었다. ‘에이, 설마.’ 에이카는 눈을 질끈 감고 치마를 걷어 내었다. ‘많이 아프셨겠는데?’ 양 무릎이 까져서 피가 고여 있었다. 이미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라, 피는 멎은...
우선 에이카와 미셸라는 다시 마차를 타고 제도 중심부로 돌아왔다. 그리고 직접 돌아다니며 마차를 몰 수 있는 여자들을 찾았다. 정식 마부처럼 노련한 기술을 가진 사람은 찾을 수 없었으나 몇몇은 곁눈질로 보았던 것을 바탕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왔다. 그리고는 미셸라는 그의 가문이 소유하고 있던 마차 3대를, 에이카는 텅 비어버린 공용 마차소에서 버려...
마차는 빠르게 길을 달렸다. 마부석에 마부 일을 해본 적이 없던 사용인이 앉아 있었기 때문에 중간중간 불안하게 휘청거릴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아무리 배운 적 없다고 해도, 오랜 시간 옆에서 보다 보면 대충 할 수 있게 되기 마련이다. 미셸라의 저택에서 10년여간 일했던 사용인은 며칠 간의 연습 끝에 제법 그럴듯하게 마차를 몰 수 있게 되었다. 마차의 뒷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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